디지털 시대, 문득 떠오른 그때 그 시절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요즘, 이상하게도 마음 한 켠이 허전할 때가 있다. 화려한 영상, 빠른 음악, 넘치는 정보 속에서 오히려 느려도 좋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특히 40대에게 1990년대는 인생의 가장 빛났던 청춘이 담긴 시기다. 그때 들었던 노래, 봤던 드라마, 친구들과 나눴던 손편지 한 장까지 모든 것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이런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복고 카페, 테이프 뮤직바, 아날로그 감성 전시회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추억이 아닌, 지친 일상 속 쉼표 같은 존재다.
골목 끝에서 만난 90년대의 향기
서울 망원동 한 골목에는 ‘비디오방’을 재현한 복고 카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브라운관 TV와 VHS 비디오가 벽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삐삐 모형과 다마고치, 그리고 라떼머신 대신 믹스커피 포트가 놓여 있다. 천천히 울려 퍼지는 이문세의 ‘옛사랑’, 창가에 걸린 레이스 커튼, 손으로 돌리는 다이얼 전화기까지. 이곳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한쪽 벽에는 손글씨 일기장이 놓여 있다. 지나가는 손님들이 각자의 추억을 적어두고 가는데, 어떤 글은 첫사랑 이야기이고, 어떤 글은 어린 시절 가족여행의 한 장면이다. 이 모든 것이 낯설지 않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향수는 가장 따뜻한 감정
아날로그 감성은 단순히 ‘옛날 느낌’이 아니다. 그것은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애착이다. 지금처럼 화면 속 세상이 전부인 시대에는, 직접 쓰고 듣고 만졌던 그 경험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40대는 어느덧 가족의 중심이 되었고, 사회 속에서는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면, 정작 ‘나’를 잊고 살기 쉽다. 그런 이들에게 아날로그 감성 콘텐츠는 잊고 있던 나를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그리고 잠시 멈춰, 그 시절의 나와 조용히 대화할 수 있게 만든다.
일상 속 작은 감성 여행, 지금 떠나보세요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집 근처의 조용한 복고 감성 카페, 오래된 영화 한 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90년대 발라드 한 곡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마음이 열린 순간, 우리는 다시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늘 하루,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좋아했던 노래를 들어보자. 그리고 종이 노트 한 장 꺼내 손글씨로 오늘의 기분을 써보자. 빠름과 편리함이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오히려 느림과 불편함이 큰 위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